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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성의 역사

                                                   광야사진집에세이

 

사진의 역사에서 풍경은 초창기 주제 가운데 하나다. 물론 대지는 사진보다 훨씬 오래 된 것이지만, 전경애가 이들 시간을 초월한 사진을 만들고 나의 시선을 끌면서 이러한 생각들이 내 마음을 흔들어 놓는다. 그녀가 창작해낸 매우 깊고도 추상화한 공간을 들여다 볼 때, 과연 나는 어디에 서 있는가?

지형과 사진의 관계에 대한 그녀의 이해는 대단히 개성적이고, 대단히 경험적이며, 대단히 진보적이다. 순수한 시각으로 사고하는 그녀에게는 고유한 예술가적 직관이 있다. 나는 한국에서 이 사진들을 발견해서 기쁘다. 사실상 그녀는 자기가 서 있는 행성을 바라보는 보통 사람이다. 그녀는 혼자가 아니며, 그녀와 인간적인 조건을 같이하는 수십억 인구가 있다. 그렇지만 전경애는 이들 환경에 보다 훌륭하게 의미부여를 하고 있다.

이들 사진은 나에게 깊은 감동을 준다. 도회를 떠나고 일상의 걱정을 떠나, 보고 생각하고 느끼게 하고, 내 앞에 펼쳐진 우주를 바라보게 하며, 나아가 사진 속에서 흑백의 역할을 깊이 생각하게 하기 때문이다. 눈에 바로 보이는 대지의 색조와 풀색 흙색, 하늘색 들이 회색의 음영으로 추상되고, 눈과 구름으로 감싸인다. 높고 큰 산들과 그 본래의 색깔들은 얼마나 멀리 가 버리는가.

우리는 작은 사진 한 장을 손에 들고 땅과 물을 꿈꾼다. 전경애는 시각적 시인이며 그 가슴은 우주와 함께 박동한다. 그녀의 사진은 우주를 이룬다.

2005년 11월

서울과 뉴욕에서

랠프 깁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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